올림픽과 월드컵 그리고 국위선양?
2002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월드컵의 공식명칭은 무엇일까? 일본과의 치열한 협상 끝에 얻어낸 이름은 한국의 이름을 먼저 앞세운 "2002년 Korea-Japan 월드컵"이다. 대신 결승전이 벌어지는 장소를 일본에 양보하고 얻어낸 이름이다. 공식명칭이 확정될 당시에도 득실을 따져가며 논란이 많았었지만, 협상 관계자들은 "명분"을 앞세운 것이라고 국민들을 설득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곳 영국 사람들은 2002년 월드컵을 Japan-Korea로 부른다. 일반 사람들이야 일본에 대한 인지도가 한국보다 높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공중파인 TV 방송에서조차 2002년 월드컵을 지칭할 때도 한일간의 국가 명칭의 순서가 바뀌지는 않는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보다 이름을 앞세우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일본은 결승전을 일본에서 치루는 "실리"와 함께 인지도의 기득권으로 인하여 또 다른 "실리"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한국의 목표는 금메달 몇 개를 획득하여 메달 순위 10위 이내에 들어가서 온 천하에 한국의 국위 선양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 국민들은 또 밤새워 가며 (한국과 시드니는 시차가 별로 없어서 이번에는 밤새울 일이 별로 없었을 듯 싶다) 텔레비젼 앞에서 금메달 한 개 한 개에 열광했을 것 같았다. 결과가 별로 안 좋아서 기대했던 10위는 달성하지 못했나 보다. 이 곳에서는 어느 나라가 금메달을 많이 따는지 도무지 관심이 없다. 메달의 색깔에 대한 차별도 없어서 동메달을 딴 사람도 당당하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자기 나라 선수에 대한 소식이 주를 이룬다.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 한국이 아니 "한국의 운동선수"들이 왜 그렇게 운동을 잘하는지에 도무지 관심이 없다. 좀 관심도 가져주었으면 좋으련만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 우리보다 적다. 여기서 우리는 또 다른 "실리"를 잃는다.
그런 식으로 국위가 선양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일본 앞에다 한국의 이름을 넣어보아도 일본보다 한국이 앞선 나라라는 것(결코 그렇지도 않지만)을 세상 사람들에게 인식시킬 수는 없다. 아무리 "운동선수"들이 운동을 잘하는 나라라고 자랑해 봐야 동네에 변변한 수영장이나 체육시설 하나 없는 현실이 고쳐지지는 않는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앞세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그렇게 또 아무 짝에 쓸데도 없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2001년 2월 12일 Cranfield에서